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호랑이 잣 까먹는 / 반칠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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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잣 까먹는
반칠환
한반도에서 은퇴한 시베리아 호랑이는
시호테알린 산맥에서 잣나무 연금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끝없이 펼쳐진 잣나무 순림이
마지막 호랑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단다
‘호랑이가 잣을 먹는다고?’
‘담배 끊은 곰방대로 잣방울을 두들긴다?’
나도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지
잣나무 숲에 고소한 잣이 쏟아지면,
멧돼지들이 간다, 사슴 무리가 간다
호랑이가 소리 없이 뒤좇는다
⸺계간『시와 표현』(2020년 가을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