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소쇄원에서 /김봉용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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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에서
김봉용
저녁 으스름 댓잎 스칠 때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고
발자국 소리 같기도 한
소리의 파편들이
나를 따라 나선다
돌계단 밑을 흐르는 죽록천
낯선 마을 담장이
오백 년을 건너 나를 불러낸다
제월봉(霽月峯) 산자락 흰 구름
저녁놀이 되어 쓰러지는
여기는 세상 밖의 시간
달빛 풀리는
제월당(霽月堂) 마루에 앉아
한 송이 지는 백일홍 꽃잎에
오정(鰲井)에 담긴 달
한 잔 그득 마시고 싶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