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첫차를 타는 사람들 /유권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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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를 타는 사람들

 

유권재

 

 

첫차에 몸을 실은 부초 같은 사람들아

차창에 얼비치는 제 모습을 보시게나

엄동에 씻겨 나간 게 어디 세월뿐이던가.

 

덜 풀어진 어둠처럼 골 패인 얼굴마다

천근만근 삶의 무게 셈하는 표정으로

지나면 흔적도 없을 길을 재촉하는구나.

 

첫차로 시작해도 짧기만 한 하루더라

환영만 기웃대는 질펀한 질곡에서

하루 해 지지 못하게 붙잡아 맬 끈도 없고.

 

새로 여는 저 하늘은 누굴 위한 하늘인지

고개를 들어봐도 아득히 멀기만 하여

저 생이 어디로 가나, 가늠조차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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