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결핍 ⸺욕망에 대하여 /박은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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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
⸺욕망에 대하여
박은주
꽃이 필 때 꽃나무가 핀 듯 눈이 속았다
나무 이파리가 흔들릴 때 나무가 흔들리는 듯 눈이 속았다
그러나 누가 누구를 속인 일은 없었다
제철 아닌 꽃에 마음 주고
제철 아닌 과일로 허기를 달래려 했다
그러나 애당초 무엇이 무엇을 채울 수는 없었다
잡힐듯, 잡힐듯, 잡히지 않는
결여와 좌절의 간극에서 눈이 멀었을 뿐
무엇이 무엇을 어떻게 한 일은 없었다
다만 꽃이 피었다 지고 바람이 부는 동안
혼돈의 허기가 그 자리에 있었을 뿐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