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나무가 걸어오네 /박창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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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걸어오네

 

박창기

 

 

종아리를 걷고

발가락을 길게 내리고

나무가 걸어오네

어깨엔 사려 깊은 손들이 여럿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나무가 걸어오네

걸어오는 나무를 쓰러뜨리는

오만의 인간, 그 앞에

쓰러지며 또 걸어오네

곁에 서고 싶은

나무가 걸어오네

하나둘도 아닌 여럿의

나무가 걸어오네

나무가 걸어오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