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걱정하지 마라 /박창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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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라
박창기
GI가 버리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다
밥풀떼기 입가에 붙는 줄 모르고 웃었다
기아를 밥 먹듯 하던 시절 배부르면 몰래 웃던 그 미소
50년대, 참 오래된 기억이다, 이제 걱정하지 마라
그 시절 그 어떤 상황보다 더 어려워질 것 같지 않으니
헌 옷을 입어도 그때보단 나으니, 걱정하지 않는다
배곯지 않고, 아쉽지 않으니 무슨 걱정이랴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는데
누나 손잡고 피난 가던 그 상황이 다시 온들 무슨 걱정이랴
살 만큼 살았으니 떠날 준비도 다 되었는데
걱정은 말아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네
세월의 아픔을 잊어가는 저 비린 영혼들의 망각 말일세
봄 뜰을 덮어버린 잡초들의 기세처럼 자라나는
봄 끝자락에 묻어 미리 오던 여름바람에 물어보고 싶네
오래 쟁여둔 낡은 생각이랑 삶의 흔적들
툴툴 털어 말려도 되겠는지
그리하면 각박한 세상이 바뀌어지는지
낡은 꿈들 세탁하지 않아도 재생될는지
오래 오래 걱정하지 않아도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겠는지
그대, 근심으로 비빔밥 해 먹어도 걱정하지 마라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