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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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댕강

 

박숙경

 

 

부러진 시간이 종소리를 따라 걷다가

낮달이 종점인 비행기를 놓치고

아무렇게나 흘려 놓은 비행운을 따라가네

 

충혈된 눈으로 그림자를 잡으려면

종소리는 주머니에 넣어야 한다네

 

오후의 바람을 헤치고 완벽한 외로움에 닿으려면

심장으로 새어든 별의 향기를 꺼내야 하네

 

모퉁이를 지나면 발걸음이 빨라지네

시든 발가락과 두근거리는 종아리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야 하네

 

키 작은 나팔수를 위하여

두 손을 모으고 혼잣말을 구겨 넣으면

평온한 낮달에 닿을 수 있다네

 

열린 입술을 닫고 노래하듯이

휴일 아침을 닮은 휘파람 흉내를 내며

가볍게 날아가듯이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