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꽃댕강 / 박숙경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5. 08:27
728x90
꽃댕강
박숙경
부러진 시간이 종소리를 따라 걷다가
낮달이 종점인 비행기를 놓치고
아무렇게나 흘려 놓은 비행운을 따라가네
충혈된 눈으로 그림자를 잡으려면
종소리는 주머니에 넣어야 한다네
오후의 바람을 헤치고 완벽한 외로움에 닿으려면
심장으로 새어든 별의 향기를 꺼내야 하네
모퉁이를 지나면 발걸음이 빨라지네
시든 발가락과 두근거리는 종아리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야 하네
키 작은 나팔수를 위하여
두 손을 모으고 혼잣말을 구겨 넣으면
평온한 낮달에 닿을 수 있다네
열린 입술을 닫고 노래하듯이
휴일 아침을 닮은 휘파람 흉내를 내며
가볍게 날아가듯이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