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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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박숙경

 

 

흑청색의 타투가 새겨진 오른쪽 어깨가 물결무늬로 출렁거리면

달빛은 지느러미를 통과한다

한때 빛났던 흔적들

 

차라리 그리워했다고 말할 걸 그랬다

 

눈물이 눈시울까지 당도하는 것보다 빙하기가 빨랐다

 

뜬 눈으로도 볼 수 없는 세상

낭만과 달빛을 버리니

꿈이 한층 가벼워졌다

 

헷갈리는 기적과 애매한 운명 따위를 믿지 않기로 하면

이런, 자꾸 쏟아지는 졸음을 어쩌나

 

뭍이 가까워질수록 기도의 시간이 줄었다

 

그의 눈물처럼 오래된 사랑처럼

이별은 늘 뜻하지 않게 와 있었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