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상생(相生) /김임백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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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相生)
김임백
길바닥에 내팽개쳐져
속울음 삼키던 폐타이어 하나
달리는 자동차 바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도 한때는 저렇게 달렸지
겁 없이 담벼락이나 시궁창을 들이박고
전치 3주의 진단 받아도
오직 질주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날들
일생을 아스팔트에 바치고
평생 속도에 지친 몸
때로는 마음속 묻어 둔 내일의 희망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었다
영혼의 궁핍 속에서
가슴 한쪽만 가지고 살아온 날들
폐타이어 틈새로 고개 내민 민들레꽃 한 송이
이제 나랑 놀자 하며
환한 웃음 머금고 손 내민다
비가 오면 두둥실 나룻배 띄우고
바람 가득 찼던 허황된 꿈마저 비워낸 채
오직 내 한쪽 팔 늘어지고
내 등뼈 휘어져 쭈그리고 앉아
오로지 미쳐버린 불사조처럼
아직 남은 온기로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노란 민들레꽃 한 송이 키우고 있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