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뒤안 장독대 /최민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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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안 장독대

 

최민정

 

 

더운 여름날 툇마루에 쏟아 붓던 열은

방 안의 냉기마저 앗아갔고

해지고 달지면 삭아지던 지열

밤마다 마실오는 이슬에게 위안을 받았는지

 

밤새 울던 풀벌레도

목마른 계절도

마디 아홉을 꺾기에는 부족했던가

뒤안 묵은 장독 사이

하늘 향해 입 벌린

속 노란 연보라꽃

 

기름 둘러 납작하게

꽃전이라도 붙이고 싶은 쑥부쟁이는,

그 구절초꽃은

가을 아침을 여느라 찬 이슬에 얼굴 씻고

따신 햇살에 몸을 말려 바람에게 향기로 안부를

남기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