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돌을 읽다 /민병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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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읽다
민병도
저문 날 강에 나가 징검돌을 건너다보면
세상 어떤 문자도 범접 못한 경전이 있다
누군가 물속에 숨어 지즐지즐 읽어주었다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달이 지고 날이 새고
바람에 흔들리느니 차라리 생살 깎아
시간의 지문에 갇힌 깊은 고요, 환하다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알지 않고 말하지 않고
날마다 길을 버리면 스스로 길이 되나
밑줄 친 행간에 감춘 한숨마저 읽었다
⸺계간『시와 표현』(2020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