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황금송아지 /배두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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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송아지
배두순
코뚜레도 모르고
입가에 젖도 마르지 않은 새끼가 죽었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온 동네의 경사였던 시절
그 금쪽 같은 송아지가 죽었다
두런두런하던 어른들은 가마솥에 불을 지폈다
장작불이 달아오르고 담장을 넘어오는 젖내를
감나무에 묶인 어미가 모를 리 없었다
나무를 들이받으면 토해내는 거대한 울음에
하늘이 주춤주춤 물러나고 있었다
어른들은 부적의 붉은 댕기를 두 뿔에 걸어주고
막걸리 통을 대령하며 비손을 했다
그러한 사이,
새끼의 뱃속에서 나왔는지
보얀 젖 같은 국물이 가마솥에 가득했다
어른들은 국자를 집어넣어 국물을 퍼내고 도마를 눕협다
그들이 차려주던 국물과 고기를 맛나게 먹으며
배부른 식사를 하던 그날
붉은 도마 하나가 서쪽하늘 끝까지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길고 긴 핏빛 도마였다
커다란 짐승의 눈망울에 그렁그렁 넘쳐나는
피눈물을 본 것도 그때였다
―시집 『황금송아지』(한강, 2020)
<제10회 천강문학상 우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