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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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안상학

 

 

몸도 마음도 완전한 청춘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나는 무덤보다 더 깊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봄이 오는 방식이 늘 그렇듯이 봄이 봄이 아닌 봄 속에서

나는 가슴속 남모르는 꽃 한 송이만 어루만지며

내겐 꽃 피고 질 춘삼월이 없을 것만 같은 날들을 살았다

몸도 마음도 잃어버린 사람처럼 세상에서 나는 살았다

 

 

 

시집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걷는사람,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