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청보리밭 /강현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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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밭
강현덕
아버지 당신 몸에서 나를 꺼내실 때는
청보리 술렁임 뒤로 늦은 봄이 가던 날
온 들판 흔들어대며 그 봄 배웅하던 날
썩어야 사람 되제
잘 썩어야 사람 되제
두엄에 날 버무리다 당신은 가버리고
몇 알의 보리씨만 남기고 너무 일찍 가버리고
흙이 된 당신이 밀어올린 보릿대에
이제는 내 아이들 올려다 앉히셨네
잘 여문 이삭 되어야제
꽉 찬 알곡 되어야제
ㅡ시집『안개는 그 상점 안에서 흘러나왔다』(천녀의시작,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