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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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유미희

 

 

할머니가 수확했다고 보내 왔어

쌀 한 가마니, 더덕 두 묶음, 고춧가루 열 근, 감 한 자루...

 

나도 한 해 공부 농사 수확해서 엄마한테 알렸어

수학 75점, 국어 100점, 사회 95점, 과학 90점, 영어 95점...

 

할머니가 망쳤다는 콩 농사는

''내년엔 잘 되겠죠.''라고 넘어가시던데

내 말은 안 통한다

 

엄마는 족집게 학원 찾아내

겨울 방학 내내

수학 농사 잘 짓는 법을 배우래

 

갈까?

말까?

 

 

 

―동시집 『뭘 그렇게 재니?』 (스콜라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