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눈물이라는 우체통 속으로 /정윤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1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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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라는 우체통 속으로

 

정윤천

 

 

 

시를 읽다가 자주 눈물을 흘린다는 이가 다녀갔다

고등어를 흔히 만져서 그러는 거라 했더니 거기서는 냉큼 웃는다

웃음 짓는 모습이 비리다

등 푸른 생선이라는 말이 이제 와선 슬펐다

 

하루도 빼지 않고 편지를 쓰고 싶었던

등 푸른 시절이 내게도 다녀갔다

그러던 마을의 초입에 미루나무 한 그루가 살고 있었다

등대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오래되었거나

느리고 변함없는 것들의 호칭이 좋아진다

할 말들이 줄어든 날에는 『먼 북소리』* 같은 제목의

책 한 권을 꺼내와 귀에 대어 보았다

등대들도 그러는지 해 질 녘엔 눈시울이 젖어 있던 날이 있었다

 

밤늦도록 시를 헤아리다가 나온 밤이면

미루나무 꼭대기도 등대처럼 서 있다가

별이 되어 돌아간 식구들의 이름들을 반짝거려 주었다

 

방금 쓴 편지 한 통을

누군가의 비린 눈물 속으로 부쳐주고 오고 싶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제목

 

 

 

―반년간『상상인』(2021년, 1월 창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