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둥지 /임채성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1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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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임채성

 


불빛보다 달빛이 밝은 산동네 언덕배기
등은 살짝 굽었어도 늘 푸른 소나무에
신혼의 까치 한 쌍이 포르릉 날아들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새 날을 노래하며
뼘들이로 물어 나른 삭정이와 지푸라기
굵다란 가지 안쪽에 둥지 하나 틀었다


솔 그늘에 해가 들자 돌풍이 일어났다
그악스레 달려드는 까마귀 일족 앞에
갓 낳은 알은 깨지고 바람벽도 무너졌다


까치 울음 맴을 도는 재개발 정비구역
투구 쓴 철거반원 판잣집을 을러멜 때
뉴타운 보금자리주택 분양이 시작된다

 

 


ㅡ『정형시학』(2020,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