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피아노 /박완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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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박완호
울컥, 치미는 파도의 아린 기억을 그이는 물거품으로 연주하고 바닷가 벼랑 사이로 백사장의 비릿한 넋두리 같은 바람이 창백하게 불어와요
피아노는 어린 믈고기, 피아노는 수면 아래로 부는 바람, 피아노는 갓 날아오른 새, 피아노는 절벽에 물구나무선 나무, 피아노는 수화로 들리는 노랫소리, 피아노는 그가 꿈꾸는 모든
것들, 구름은 피아노의 검정, 물소리는 피아노의 하양, 반음으로 떨려오는 풀벌레의 연둣빛 감정선, 어디서
그이도 나의 노래를 듣고 있을까요 수천수만의 나뭇잎들이 한꺼번에 내는 파란(波瀾)
- 시집 『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 불렀다』 (시인동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