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따뜻한 봄날 /김형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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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
김형영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꽃구경 봄구경 눈감아버리더니
한 움큼씩 한 움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 소리꾼 장사익 작곡, 「꽃구경」 노래.
ㅡ시선집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문학과지성사,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