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달개비꽃 /유재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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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꽃

 

유재영

 

 

고향 울밑 어디서나 피다지는 꽃이 있다
헤어지고 오던 날 남겨둔 하늘처럼
유난히 동맥이 파란 몸매 야윈 그 아이


소꿉놀이 지치고 흙담 아래 주저앉아
그렇지 도란도란 눈도 멀고 귀도 멀던
살며시 단발머리에 얹혀주던 청보라


희미한 옛 시간도 꼭 쥐면 물이 들까
꽃 속에 있던 아이 어디에도 없는데
부르면 나올 것 같아 어린 날의 달개비꽃

 

 

 

ㅡ『현대시조 대표작』(알토란북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