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달개비꽃 /유재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4. 19:18
728x90
달개비꽃
유재영
고향 울밑 어디서나 피다지는 꽃이 있다
헤어지고 오던 날 남겨둔 하늘처럼
유난히 동맥이 파란 몸매 야윈 그 아이
소꿉놀이 지치고 흙담 아래 주저앉아
그렇지 도란도란 눈도 멀고 귀도 멀던
살며시 단발머리에 얹혀주던 청보라
희미한 옛 시간도 꼭 쥐면 물이 들까
꽃 속에 있던 아이 어디에도 없는데
부르면 나올 것 같아 어린 날의 달개비꽃
ㅡ『현대시조 대표작』(알토란북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