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폐지 줍는 할머니 /김봉용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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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할머니

 

김봉용 

 

 

감삼역 네거리 

거북이 한 마리  무단횡단한다

길게 늘어진 차들 급정지하고

클랙슨 누르며 욕 막 해보지만

그 욕이 어디 내 살갗을 뚫을 수 있겠느냐며

돌아보지 않고 세월을 건너간다

 

산다는 건, 저  욕 같은  것

클랙슨 소리에 온몸이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솥뚜껑만한 등껍질 속  얼굴을 묻고 

오체투지로 지켜가는 너는

욕 쪼가리에 찔려 

그 등이 우련하다 

아등바등 그 세월 속

헤매다보니 빈손이다

사랑도 했겠지 

미워도 했겠지 

 

 

 

⸺계간『詩하늘 101』(202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