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봄을 기다리는 라일락 /김양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1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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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라일락

 

김양미

 

 

상화가 없는상화로 지나

봄을 만지는 햇살 따라

200살 넘은 이상화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간다

빼앗긴 들에서 민족혼을 지킨 그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좁고 끝이 보이지 않는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 따라 들어서면

그가 반기며 자리를 내어주며

싱그럽고 푸른 웃음으로

풍경 속에서 걸어 나온다

 

빼앗긴 들에 봄빛 눈부신데

38선 그어지고

녹슨 철모도 흙이 된 휴전선

끊어진 철길 따라

헤어진 가족들 오래된 눈물은 말라

천 개의 돌탑을 쌓아 올린다

간절한 눈길로 비무장지대의 봄을 

다시 꽃 피우려는 그 이름

햇볕 쏟아지는 라일락 나무 곁에서 

뜨거운 해를 품은 또 다른 새벽을 기다린다

 

 

 

⸺계간『詩하늘 101』(202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