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환갑 진갑 지난 생일에 /박성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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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진갑 지난 생일에
박성규
한파 덕분에 저녁을 일치감치 먹고 말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 영향도 있지만
평소 자가 격리되다시피 외떨어져 사는 동안
혼술이 생활로 자리 잡은 탓에
오늘도 반주로 두꺼비 한 병을 잡고 말았다.
취기가 올라도 시 한 줄은 읽고 자야지 하고 시집을 펼쳤지만
한 줄도 읽지 못하고 잠이 들어 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늦게 퇴근해 온 아들이 꽈배기 두 줄 사다가
머리맡에 놓고 가는 바람에 부스럭 잠이 깼지만
이내 또 잠들었다가 깨어난 새벽
커피를 타 와서 꽈배기를 먹었다.
부모님 살아 계실 적
그렇게 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새삼 아들이 대견스럽기는 했으나
가라는 장가는 안 가고 저러고 있음이 안쓰러웠다.
소소한 일상에서
가족이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다시 시집을 펼쳐 들었다.
온전하게 육십을 넘긴 지금
이것이 호사다 싶어 아침을 열었다.
⸺계간『詩하늘 101』(202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