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3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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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류근홍

 

 

매일 아침 이 시간이면 넷이서 산길을 걸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다

그렇게 살아보겠다고 같이 걷던 세 명이 이제는 없다

 

양 옆에 핀 꽃들은 나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고

나비 한 마리가 자꾸만 내 앞을 왔다 갔다 하며

길을 가로막는다

새들은 큰 소리로 울면서 왜 너만 살아서

이렇게 혼자 걷느냐고 한다

 

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나도 언젠가는 저곳으로 갈 건데

그들은 말기암이고

그들이 조금 앞서 간 것이니

너무 그렇게 조급하게 나무라지 말라고 말이다

 

 

 

시집고통은 나의 힘』(문학의전당,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