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고요에 눕다 /유선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4. 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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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에 눕다

 

유선철

 

 

고요의 칼을 갈아 비늘을 건드리면

소리는 움츠리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단숨에 소리를 잡는

고요의 놀라운 힘

 

풀죽은 낮달처럼 스러지는 소리에는

어쭙잖은 지난날의 변명이 묻어있다

 

꽃으로 피지 못해서

꽃을 감은 덩굴 같은

 

철옹의 넘사벽을 꼭 한 번 넘으려고

따가운 채찍으로 나를 키운 소리들아

 

보아라,

범종소리도

고요 아래 눕는다

 

 

 

ㅡ 『오늘의시조』(2021, 제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