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밤의 질문들 /박가경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4. 1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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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질문들

 

박가경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말라가는

가자미의 눈과 마주쳤다

필연일 수 없는 멀어짐의 눈빛들이

모서리를 닮아가고 있다

 

어떤 방향도 되지 못하는 모서리들처럼

갯벌은 자꾸만 서쪽으로 멀어졌다

 

우리는 모르는 척 갯벌을 바라보았다

 

입술에 고이는 피처럼

저녁이 오고 있었고

두 손을 꼭 잡은 채 멀어지는 일에 대하여

생각할 때마다

손목이 지워지고 있었다

 

우리 다시 시작하지 말자

녹지 않는 얼음의 기후를 슬픔이라고 말할 수 없으니

멀어지는 것의 따뜻함을 어떤 기후라 불러야 하는지

 

너는 주머니 속 질문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질문 속에는 파란 피가 묻어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가방 지퍼를 닫는다

 

가자미의 납작 엎드렸던 몸이 바람에 반듯해지고 있다

 

너의 발목에서 햇빛이 부서지고

맞지 않는 신발은 끝없이 나의 발목을 잡아당기고

어떤 상냥한 인사처럼

밤이 온다면

 

 

 

ㅡ『시산맥』(2021,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