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시마詩魔가 내린 아침 /최삼용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4. 1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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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詩魔가 내린 아침
최삼용
유리창에 양각된 서리꽃은
이슬점 아래서 밤새 찬바람이 찍어 놓은
빙점의 소인消印쯤으로 기술할란다
그래서 발광하는 성에의 빗살무늬 아름다워
홀린 듯 잠 깨운 시문일랑 내가 손수 음각할께
몽중에 점지해준 한 구절 싯귀가
제목조차 얻지 못한 채 손 끝따라 새겨지고
해비치 눈부신 들창에서
결로따라 사라져버릴
혼대 실린 오늘의 내림 시
설한으로 응결된 유리창을 원고지로 쓴 아침
입춘바람이 살풀이같은 독무를
바지랑대에 걸어 두었는데
미완의 시맥은 해빙된 창유리에서
홀로 한줄기 눈물이 된다
⸺계간『詩하늘 101』(202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