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봄날에는 /민병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4. 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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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는
민병도
봄날에는 외로운 날, 빗물이고 싶었다
제 노래에 눈물을 묻는 야윈 강물 위에
묏버들 꺾어서 바칠 배 한 척을 띄우게
봄날에는 흔들리는 날, 나무이고 싶었다
나의 안에서 밖이 되신 그대 안에 뿌리내려
씨 없는 붉은 꽃 한 송이 남모르게 피우게
봄날에는 그리운 날, 새가 되고 싶었다
언제나 떠나가서 그대를 지니듯이
아라리 천 년의 저쪽, 홀로 날고 싶었다
⸺『슬픔의 상류』(한국문학도서관,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