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4. 2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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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밤

 

김경애

 

 

화들짝 피었다 떨어지는 4월

오늘도 외줄타기 버겁고

목련은 어두운 공원을 밝힌다

누군가 놓고 간 기다림이 벤치에 맴돌고

여자의 조붓한 어깨 위로 하얀 꽃등이 내려앉는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기다림의 연속이다

지나던 바람이 꽃송이를 쓰다듬는다

그녀가 돌아가는 내리막길

흐느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긴 그림자가 따라나선다

허망하게 꺼져버리는 봄

저렇게 서둘러 가버린 사람이 있다

보내는 마음이 떠나는 마음보다 애잔하다

애쓰고 키운 꽃, 가지 끝에서

떨어진 자리를 기억한다

4월은

빈 벤치에

툭, 꽃잎 한 장 떨어지는 달이다

                                              

 

 

—시집『북소리』(비가람,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