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2021 제11회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대상 [서희] 지금 함박눈이 외 2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4. 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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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1회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대상 3편>

 

 

지금 함박눈이

 

서 희

 

 

상층권의 구름들이

대륙권을 장악하다

 

추위가 몰려오자 저희끼리 부딪쳤군,

 

조각난

몸뚱이끼리

다시 또 뭉치다니

 

63빌딩 겅중겅중

아파트를 뛰어내려

 

난분분 춤을 춘다

16층 유리창 밖

 

잊을 건

잊어두라고

허락하듯 쌓이다니

 

 

 

천국이 보인다

 

서 희

 

 

‘김밥천국’ 붙여 놓은 회사 골목 분식집에

직장이 발걸음이 바빠지는 정오 무렵

월급이 감봉된 만큼 가벼워진 한끼 식사

 

메뉴판에 이것저것 음식들이 빼곡하다

수고하고 짐 진 자들 다 여기로 모였는데

김밥만 천국이라니? 오늘 점심, 김밥 한 줄

 

 

 

손을 보다

 

서 희

 

 

어린 날 우리에겐 정직한 언어였어

곤지곤지 잼잼, 하며 수화처럼 말을 했지

그러다 첫 손을 내밀어 걸음마도 배우고

 

그저 말없이도 손바닥에 느껴지는

피아노 건반 짚듯 너 스쳐간 언저리는

설익은 약속의 반복, 애틋한 구애였지

 

방금 깨진 유리잔에 손바닥을 베었다

깨진 모든 것은 당돌한 힘이 있어

때로는 금이간 마음 덧대기도 한다지

 

 

 

ㅡ『제11회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