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유리병은 입술을 닫고 /신영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4. 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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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은 입술을 닫고

 

신영연

 

 

월미도 향한 바닷길

부르다 목 메인 그대의 끝자락, 갈매기가 날아오네

 

입을 닫았네 귀도 닫았네 둥둥 몸은 뜨기 시작했네 쏟아지는 말들을 혀끝으로 감싸 안고 물의 길로 들어서네

 

어둠이 내게 길을 물었으나 입을 열 수 없네

파도에 밀쳐 부딪는 바위,

첫눈에 반했다는 물고기의 눈망울에 잠시 흔들리기도 하였네

달빛은 손을 내밀어 잡으라 했지만 왕왕 길을 잃기도 하였다네

 

물길로 끌리는지 물길 되어 흐르는지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한 듯 흘렀네 한 세월은 건너야 할 많은 이야기가 바닷속으로 던져졌네

 

유리병에 담긴 편지 한 장 입에 물고 그대 향해 출발한지 백년이네

 

 

 

―시집『바위눈』(시와정신,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