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저녁의 세탁소 /이유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5. 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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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세탁소

 

이유채

 

 

영하의 강추위 속 세상의 문 닫혔는가

 

바람만 부는 거리 골목길은 한산하고

 

어느새 깔리는 어스름 새 한 마리 날아온다

 

 

그 많은 세탁물들 대기업에 빼앗기고

 

하루 종일 받은 일감 오리털 파카 두 개

 

늘어진 장 씨의 하루 기다림에 지쳐간다

 

 

어디로 날아가다 예서 길을 놓았는가

 

언 바닥에 내려앉은 바싹 마른 참새 한 마리

 

고픈 배 끌어안고서 빈 하늘을 올려본다

 

 

 

ㅡ시조집 『나뭇잎 잠』(고요아침,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