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목련꽃 /배우식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5. 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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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배우식

 

 

저토록 눈부시게

피어 있는 하얀빛 종.

 

순백색 그림물감 길어 올려 주조했는지

 

허공은

흰 물감 같은 종소리에 젖는다.

 

가지마다 매달린 종

햇빛 같은 소리 쏟아

 

아픈 사람 구두 속을 소복하게 채워놓는다.

 

상쾌한

발을 기다리던 어두운 신발 빛난다.

 

종을 세운 중심에서

빛으로 된 저 종소리로

 

가지처럼 자란 슬픔 고요히 녹여낸다.

 

이 풍경,

불어오는 사월 캄캄한 귀가 환하다. 

 

 

 

―시조집『이렇게 환한 날에』(고요아침,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