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묵은 사과 /나석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5. 1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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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사과

 

나석중

 

 

주춤거리던 사과

살짝 칼등으로 사과를 노크한다

단박에 사과 칼날 들이밀면 놀라서

아픈 사과가 되겠지

근육주사를 놓듯 기억을 환기하는 게 좋겠지

묵은 사과가 육향이 짙은 것은

수치와 민망과 미안과 무안이 섞여

한몸으로 푹, 숙성된 때문일까

사과는 좀 더듬더듬 서툴다

사과는 시야가 뚫린 고속도로처럼 탄탄대로로

사과를 받아주지 않겠다는 듯

사과껍질이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툭 끊기곤 한다

 

 

 

―시집『저녁이 슬그머니』(북인,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