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격렬비열도* /박성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5. 1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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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비열도*

 

박성민

 

 

제 몸에 혼잣말을 새겨 넣는 주상절리

서툰 안부도 없이 새들은 날아간다

기러기 붉은 울음이 번져가는 저녁놀

 

통증을 밀어올린 꽃 대궁이 시퍼렇다

벼랑을 더듬으며 피어나는 동백꽃이

전생의 외로운 날들을 연실처럼 당긴다

 

어쩌자고 그대는 먼 곳에 떠 있는가

파도의 하얀 뼈가 부서지는 저녁마다

너무나 늦은 사랑이 창백하게 피어난다

 

 

* 격렬비열도 : 태안반도에서 약 55킬로미터 떨어진 우리나라 최서단 섬들.

멀리 보면 삼각형의 섬 3개가 열을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

 

 

 

―시조집『어쩌자고 그대는 먼 곳에 떠 있는가』(문학의전당,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