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5. 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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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박형준

 

 

   당신은 사는 것이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내게는 그 바닥을 받쳐줄 사랑이 부족했다. 봄비가 내리는데, 당신과 닭백숙을 만들어먹던 겨울이 생각난다. 나를 위해 닭의 내장 안에 쌀을 넣고 꼬매던 모습. 나의 빈 자리 한땀한땀 깁는 당신의 서툰 바느질. 그 겨울 저녁 후후 불어먹던 실 달린 닭백숙.

 

 

 

―계간『신생』(2010,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