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마술 상점―진열대에서 /김신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5. 20. 18:45
728x90

마술 상점

진열대에서

 

김신영

 

 

손님이 성공을 집어듭니다

당신의 것 하나를 내려놓으시지요

깊은 가슴에서 꺼낸

실패를 서너 개 내려놓는 당신

성공은 좀 비쌉니다

하나 더 내려놓으시지요

당신은 곰곰 생각하네요

불평을 내려놓으며 한참을 서 있는 당신

 

다시 진열대에 서성입니다

자신감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옵니다

무엇을 내려놓으시겠습니까

역시, 열등감을 두세 개 꺼내 놓습니다

그리고 다시 종종걸음으로 달려갑니다

잊은 게 있어요, 이건 꼭 사야 하는데 하면서

 

빛나는 아름다움을 집어 들고 옵니다

무엇을 내려놓으시겠습니까

당신은 추함을 내려놓으시는군요

 

마술 상점에 잘 오셨습니다

모두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생각보다 과한 마술이 마음에 걸립니다만

하나 남김없이 당신이 바라는 것으로

다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당신을 고개를 주억거리며

욕심을 내려놓습니다

 

다시 당신은 부지런을 집어 들고는

한참을 생각하고 있네요

그렇게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깊이 앉아 있다가

구석진 게으름도 내려놓습니다

 

 

시집마술 상점(시인수첩,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