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할머니뼈다귀해장국집 /정 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6. 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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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뼈다귀해장국집
정 미
뼈다귀해장국집 앞을 지날 때
무쇠가마솥에서 노파의 손짓이 솟아올랐다
처음엔 그것이 어떤 신호인 줄 몰랐다 그저 찾아오는
허기거나 노파의 빗자루에 쓸리던 푸념이려니 생각했다
골목길 가로등을 지나면 떠 있는 붉은 글씨
할머니뼈다귀해장국 간판을 바라보면 어김없이
키 작고 깡마른 할머니가 거기에 서 있었다
시간을 잡아 틀고 역사를 각 뜨고 있었다
할머니의 비트는 힘이 허연 뼈다귀로 버둥거렸다
달려가 말리려 하면 할머니는 간데없고
커다란 가마솥에 김만 무성했다 그런 저녁이면
해장국집 앞에서 내 팔다리를 만져보곤 했는데
기침하는 할머니의 뼈들이 욱신거렸다
불현듯 해장국집 노파가 나와 가마솥 뚜껑을 닫으면
멀리 평화비 늙은 소녀의 맨발이 통점으로 깜박거리곤 했다
―시집『우리가 우리를 스쳐갈 때』(상상인,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