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아버지의 일기장 /백윤석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6. 1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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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기장

 

백윤석

 

 

사진 속 아버지가 일기장을 남기셨다

구안와사 입으로는 말이 쉬 샐 것 같아

떨리는 손을 다잡아

삐딱삐딱 흔들리며

 

맞춤법은 다 틀려서 남들은 못 읽어도

평소에 하신 말씀 행간 속 살아나서

무정한 내 가슴팍도

쩡, 쩡, 쩡 금이 갔다

 

닫힌 귀 열어봐도 더 이상은 듣지 못할

아버지는 말을 접어 어떻게 넣으셨을까

말들은 동아줄을 내려

수렁 속 날 건져낸다

 

 

 

―『정형시학』(2021.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