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굴포스 앞에서 /하수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6. 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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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포스 앞에서

 

하수미

 

 

나아갈 수도, 피할 수도,

뛰어넘을 수도 없는

굴포스

그곳에선 걸음을 멈춰야 한다

 

옷깃에 촉촉이 내려앉은

살아낸 시간들

 

저기,

떨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한 치의 머뭇거림 절벽 위엔 없는데

 

왜 이리 부끄러운가

주저했던 그 시간이

 

다가올 시간이 노쇠할까 두려우면

굴포스를 감싼 물구름을 바라보라

 

추락이 만든 시간길도

황금빛으로 물든다

 

 

 

―『다층(2021,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