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6. 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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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춘

 

이상길

 

 

하나 둘씩 떠나간다

하늘이 불러서 떠나고 

도회가 꾀어서 떠나간다

 

남은 자들의 무력함 

마을 제실 기둥 석가래에 좀이 피고

기름진 옥토는 쑥대밭이 되어버린 지금

호미질 한 번 배워 보지 못한 내게

이백여 평 집앞  텃밭도 이내 잡초 밭이 될테고

 

전원이란

몸이 기억하는 도시의 모든 것들을

처분해야만이 견딜 수 있는 제 스스로 채운 족쇄

양달에 앉아 강아지 밥을 주며 건내는 방백 몇 마디

이따끔씩  찾아와 주는 집배원의 인사 몇  마디

멀리서 통통거리는 낡은 경운기 소리

그리고 바람소리

또 한 번의 봄날은 그렇게 간다

 

 

―계간『詩하늘 102』(2021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