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엉덩이 우물 /서정택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6. 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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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우물

 

서정택

 

 

새벽을 입고 나서는 아내의 등을 본다

뒤처진 종종걸음이 뒷모습을 대신하고

한 주걱 안타까움을 밥공기에 담는다

 

주춤주춤 일어서는 몇 톨 밥과 씀바귀

홀로 식탁 마주한, 꽤 시간이 흐르고

지금쯤 가쁜 아내는 먼 병원에 닿았겠다

 

갱년기의 뜨거움을 베개 세워 지샌 소파

움푹 파인 엉덩이께 우물 자국 볼 때마다

마른 뜰 흠뻑 적시는 비가 되고 싶었다

 

 

 

―『시조21(2021,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