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자정의 언어 /김혜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6. 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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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언어

 

김혜영

 

 

밤의 꼭지점에 도달한 까마귀는

 

새하얀 언어로 소곤거려요

당신을 사랑해

내 고백을 받아줄래

 

우린 사랑을 안 믿는 연인

까마귀는 어둠 속에서

눈동자로 말을 걸지

 

그래도 당신을 잊을 수 없어

 

우린 망각에 익숙한 관계

상처가 기입된 기억은

전두엽에 저장된 것일까

 

난 당신을 영원히 모를 거예요

 

환영처럼 스쳐가는 것인데

가끔 까마귀는 심장이 아파요

 

한밤중에 몰래 잠든 당신을

바라보면 안쓰러워요

 

사랑받지 못하는 아기처럼

늙어가는 소년을 만나지요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줄까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분노로 대답하는 당신

 

괜찮아요, 시간의 경계가 지나면

창문에 빛이 다가올 거예요

다정하게 건네는 미소처럼

 

 

계간시와 사상(2021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