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자정의 언어 /김혜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6. 26. 16:45
728x90
자정의 언어
김혜영
밤의 꼭지점에 도달한 까마귀는
새하얀 언어로 소곤거려요
당신을 사랑해
내 고백을 받아줄래
우린 사랑을 안 믿는 연인
까마귀는 어둠 속에서
눈동자로 말을 걸지
그래도 당신을 잊을 수 없어
우린 망각에 익숙한 관계
상처가 기입된 기억은
전두엽에 저장된 것일까
난 당신을 영원히 모를 거예요
환영처럼 스쳐가는 것인데
가끔 까마귀는 심장이 아파요
한밤중에 몰래 잠든 당신을
바라보면 안쓰러워요
사랑받지 못하는 아기처럼
늙어가는 소년을 만나지요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줄까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분노로 대답하는 당신
괜찮아요, 시간의 경계가 지나면
창문에 빛이 다가올 거예요
다정하게 건네는 미소처럼
―계간『시와 사상』(2021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