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은하교단생활 63년 /정대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6. 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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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교단생활 63년

 

정대구

 

 

직사각형 나무 교단에 나는 63년 내내 서 있었다

 

지금도 서 있다

 

내가 63년간 교단에 서 있는 순간순간

 

163센티 키가 153센티로

 

나도 모르게 작아지고 있는 동안

 

내 두 눈을 쏘아보며

 

정사각형 나무 의자에 앉아있는 아이들

 

120여개의 눈빛은 빛나

 

교실 교실마다 터지게 빛나

 

멀리멀리 빛나

 

해마다 빛을 다하고 더하여

 

아 황홀한 은하계별무리군단 성운단

 

이 땅 어두운 곳 곳곳에 박혀

 

사바세계 이 세상을

 

장엄한 화엄세계 화엄세계로

 

63년 동안 내내

 

지금도 나 그 한가운데에 서 있다

 

 

 

―시집『지금도 나 그 한가운데에 서 있다』(도서출판 도훈,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