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7. 6. 08:50
728x90

밑불
 

강우현

 

사남매를 둔 아버지

볕, 그늘 가리지 않고 길렀지

비바람에 내몰릴 때마다  

장작개비 자리 앉히듯 허리 굽혀가며

주름이 깊어지고 흰머리가 늘었지    

각자의 길로 접어든 나이가

활활 타다 연기를 내면

얼른 불씨 한 삽 털어 넣고 바람 한 입 떠먹이며

자리 바꿔 앉혔지

서로 등 기대고 타 흰 재만 남으라고

부디 하얗게 타라고

중간중간 한 번씩 불씨를 다듬었지

늙어도 자식은 새끼여서

반쪽이 된 엄지손가락  눈에 밟히는

밑불이었지

 

 

 

―시집『경전이 되기까지』(지혜,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