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황매산에서 /박해성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7. 1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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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에서

 

박해성

 

 

살아서 꽃이더니 죽어 별이 된 사람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 서로 잊고 산 걸까,

나 오늘 별 따러 가네, 말려도 소용없겠네

 

무법천지 철쭉공화국 만장일치 붉은 함성에

펄럭이는 깃발처럼 허공에 사로잡히네

까마득 먼 그대 적막을 눈멀도록 응시하다

 

내 영혼의 국경 넘어 꽃을 들고 밀입국하던

당신은 나의 신전, 비바람도 두렵지 않던

피 묻은 입술을 핥으며 사랑하고 미워하던

 

꽃그늘에 이녁을 묻고 돌아서던 그날처럼

무심한 척 흘려두신 흰 구름 오래 읽으며

나 오늘 울어도 좋겠네, 달래도 소용없겠네

 

 

 

―『정음시조』 (2021. 제3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