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오카리나 /김가령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7. 1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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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리나

 

김가령

 

 

거침없이 소리가 구멍을 밀어내고 있다

 

손가락을 갖다대면 낮은 자리에서부터 지층이 생긴다

딱딱한 감정 안에서 내 소리는 깔끝처럼 차갑다

심장을 쪼아대며 음역대를 넓힌다

 

나만 아는 주파수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새를 품은 말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아무리 힘껏 불어도 숲은 돋아나지 않는다

 

손 끝에 힘을 준다

나와 새 사이에 음이탈이 잦아진다

 

리듬을 껴입지 못한 소리들이 웅크리고 있다

나는 어느 주파수에 붙들려 있는 것일까

 

오래된 깃털이 날아가는 대로

바람의 연주곡이 흐르는 대로

 

함참을 내버려둔다

비로소 새가 나를 놓아준다

 

 

 

―시집『너에게 붙여준 꽃말은 미혹이었다』(시인동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