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빨간다리* 건너기 /홍계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7. 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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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다리* 건너기

 

  홍계숙

 

 

  발을 헛디디면 그 시절로 돌아갈지 몰라

 

  떨거지 갈가지들 공중을 건넌다 발아래는 물뱀 우글대는 강, 아찔한 침목 위를 네 다리로 건넌다 어떤 시도도 맨 처음은 붉은 법, 왼발을 떼어내 침목 한 칸을 내딛고 왼손을 떼어 한발 앞으로 나아가며 엉금엉금

 

  강을 두고 건너를 가로지르는 철교, 거인처럼 큰 기차가 기적汽笛을 몰고 오기 전, 저 다리를 건너면 어른이 될까

 

  무사히 건넌 몇몇이 바람으로 불어오고 일 년에 몇은 발을 헛디뎌 유실된 소문이 다리 밑을 떠돌았다

 

  어느덧 다리는 길어지고 가까워지고

 

  네 다리가 둘로 진화되도록 나는 아직도 허공을 건너간다 세상은 점점 더 물살 거세지고 경계와 경계를 밟으며 이따금 난간에 비켜서며

 

  시간은 차창 밖 풍경을 철컹철컹 잘라내고

  밤이면 악몽으로 실족을 받아내며 건너의 건너를 향해

  껍질의 탈락과 우화 그 너머를 꿈꾸며

 

  나를 헛디디면 꿈의 바깥으로 추락할지도 몰라

 

 

 *기차가 다니던 철교

 

 

 

―『두레문학』(2021년 상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