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염소 화석 /강성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8. 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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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화석

 

강성은

 

 

갯벌에 남겨진 발가락 화석은

파도에 쓸린 염소가 숲으로 돌아간 흔적이다

발톱에서 지골까지

자취를 따라가면

 

어미를 두고 떠나는 새끼염소의

맨발 울음이 밀물지고

그 울음은 얼룩무늬를 입고 있다

 

이미 울음을 다 쏟아내고 입술이 마른 바다는

온전히 썰물이다

 

숲에는 바람이 촘촘히 새끼를 치고

나무들, 퉁소를 불며 아스라한 몽환에 기대 서 있다

 

진화란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물고

모성을 찾아가는

어린 염소의 걸음으로 왔다

 

바다와 육지의 접경을 이제 마-악 넘어선

나의 연민은

어느 가슴에 가닿아 퇴적이 될까

 

먼- 데, 갈맷빛 눈동자를 가두는 새는

나뭇가지에 자생한 뿔을 숲의 방백傍白이라 지저귄다

염소와 닮은꼴이다

 

이렇게 태연하게

생의 줄거리는

낯설고도 익숙하게

또 하나의 아침을 다른 발소리로 불러오지만

 

회귀를 꿈꾸는 짐승은

바다 쪽으로 머리를 두고 오랜 육지를 잠든다는

소문을 듣는다

 

울음에 압사壓死된 염소

그 발가락이

퇴적층을 빠져나와

고생대의 바다와 숲을 복원 중이다

 

 

 

―시집『白백에서 百백까지의 고백』(시산맥,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