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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눈물 /김남이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8. 1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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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눈물
김남이
금세 불룩해진 광주리에서
맨 나중 담은 사과가 굴러떨어지네
주워 담으면 그 옆에 것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네
창공에서 붉게 흔들리던 날도 있었지만
초록 잎의 배경도 손잡아 주는 가지의 배경도 다 떼어내고
막 광주리에 담기는 사과들
바람 불어 위태롭던 봄날도
빗물과 땡볕의 여름도 껴안고
온전한 상자에서 반짝이고 싶었는데
지상의 문간들에 싱그런 향내 피우고 싶었는데
눈앞의 광주리는
왜 이렇게도 작은가
저 사과들 다 담을 수 없네
나무마다 그 아래
어떤 것은 깨지고 어떤 것은 멍든 꿈들이
이미 수북하네
―시집『상처는 별의 이마로 가려야지』(고요아침)